불안과 친절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학적인 근거가 아닌... 개인적 가설 차원의 글 임을 꼭 알아두시길...)

며칠 전 목 디스크 치료차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진료를 받고... 목 근육을 풀어주는... 겁나 아프고 비싼 주사를 맞고...
물리치료까지 받게 되었다.

그곳...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엄청 친절하셨다. 그냥 의례적인 친절이 아니고... 정말 진심(?)이 담긴 친절이었다.

보통 물리치료실에 가면... 치료사 선생님이 와서... 진단 부위에 물리 치료를 해준다. 목이나 허리 등은 핫팩으로 풀어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그 과정에서 '뜨거우면 말씀 하세요' 내지는 '불편 하시면 말씀 하세요'라는 정도의 기계적인 친절을 보이기 마련이다. 사실 그정도도... 환자의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그 보다 못한 치료사 선생님도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이 분은 좀 더 친절했다.
내가 누운 침대가 창가에 인접한 침대였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다. '햇빛에 눈이 부실 수 있으니 블라인드를 좀 내려 드릴까요?' 날씨가 흐린 편이어서 햇빛도 별로 없었고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사실 약간 과도한 친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거짓으로 꾸며 친절한 것 같지 않았고, 건네는 눈빛이나 말투에서 진심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괜찮다고 감사하다고 답을 해놓고...거의 한시간 동안 누워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본의 아니게 그 선생님이 다른 환자들을 대하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가만 보니... 정말... 환자 한사람 한사람의 필요를 살피고 친절하게 대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누워서 할 일도 없고 잠도 오지 않아서 이 선생님은 왜 이리 친절할까에 대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일종의 직업병이라고나 할까...ㅋㅋㅋ... 나만의 개똥 심리학의 시작이라고나 할까)

친절... 일정 수준까지는... 특히 업무상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들은 학습을 통해 친절 해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 생각되었다.
이것에 대한 가설의 결론은... 그날의 치료가 끝나고 저녁밥을 먹으면서 울 아들과 나눈 대화로 대신하려고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을 초등학교 5학년인 울 아들이 말을 하더라...(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더니...)

(대화 앞부분은 생략...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함...)
나 : 근데 아들... 이렇게 친절한 사람과 불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들 : 음... 불안이 높은 사람이 좀 더 친절하지 않을까?
나 : 왜~?
아들 : 불안한 사람은 불안하니까 더 자세히 살피게 되고 그래서 다른 사람 눈치를 보니깐
나 : (속으로 감탄하면서...) 그래 그래... 정말 그럴것 같아... 그렇다면... 불안은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쁜 것일까?
아들 : 꼭 나쁜 것 같지는 않아. 친절한 것은 좋은 거니까...
나 : 그렇다면... 불안이 높다는 것은 어떤 걸까?
울 마나님 : (옆에서 듣고 있다가 한마디 거든다) 지나치면 병이지... 불안이든... 친절이든...
아들 : 그런 것 같아... 뭐든 적당한게 좋다니깐...
나 : 뭐든 지나쳐서 내가 힘들거나 남이 힘들어하면... 그것은 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근데 아들...어떻게 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들 : 뭐... 아빠랑 같이 살다보니... 이 정도 쯤이야...

ㅎㅎㅎ 이렇게 수준 높은 대화가 우리 집의 평소 모습(?)...은... 아니다... 오해마시라...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 지나쳐서 마음이 불편해지면... 한번 쯤 멈춰서서...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불안의 이유나 불편함을 덜어 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개똥(?) 가설도 한번 생각해봐야 할 듯...


WRITTEN BY
화통
더디 가더라도 음미하면서... 아직은 부족한 심리학도지만... 길고도 먼~ 길 앞에서... 겸손히 하지만 꾸준히 다가가겠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통하는 세상을 꿈꾸며... 소중한 인연이 될 당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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