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은...

울 아들 피아노 연주 동영상...마라시의 꿈 때때로

화통 2013. 3. 2. 00:01

어제... 울 아들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이 연주 발표회를 했다.
작년엔 학원에서 했었는데...
올해는...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을 빌려서 했다.

처음엔 왜 이리 큰 무대를 빌렸나 했는데... 학원생이 꽤 많아진 것을 보고 그러려니 했다.

원장 선생님께서 열정도 있고... 정말 열심이시더니...원생 수가 많이 늘었더라...
그리고 아이들 모두가 이쁘고 잘해서... 내가 다 기분이 좋았다.

울 아들이 유일하게 받고 있는 사교육이... 바로 피아노...
늘... 주위에... 또 내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지만...
난 사교육 반대론자이다.
물론... 본인이 원하면... 최소한의 사교육을 지원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가 억지로 시키는 사교육은 부모의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양심을 걸고 말하건데...
아들에게 피아노 배우는 것은... 살짝 강요했더랬다...

내 자신이... 피아노를 바이엘 하권까지만 치고...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던 것이 평생의 후회이기도 했지만...
사실 두가지 이유에서 피아노만은 살짝 강압적인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첫번째는... 악기를 하나 다루고 즐길 줄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 누릴 수 있는 인생의 풍부함이 커질 것이라는 나만의 개똥철학(?)이 그 이유였고...

두번째는... 악기를 배울 때... 필수로 찾아오게 되는 일종의 슬럼프 내지는 한계를 극복하는 경험을 통해... 한계라고 느끼는 것을 넘어서면 맛볼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내가 비교적(?)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울 아들은 음악적 감각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피아노를 즐길 실력까지는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초 1학년인가... 아니면 2학년 때부터인가... 피아노를 보냈었다.
처음 다니던 학원은 집사람이 근무하던 직장 근처의 학원이었다.
원장님 성격이 너무 유하셔서... 원생들에게 늘 끌려다니는 것이 눈에 보였더랬다...
그러면서 학기 중에만 피아노를 배우고...방학에는 쉬게하다보니...실력은 제자리였다.

그러다... 3학년 때... 집근처에 있는 지금의 학원으로 옮기게 되었다.
피아노 학원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하지만 정말 열정적인 원장님이 마음에 들었다.
너무 열정적이셔서...아이들 지도하다 아프기도 하시고...
열정적인 것에 비해 원생들이 늘지 않아서... 피아노까지 다 팔고 학원을 접으려고까지 하셨지만... 우리 부부를 포함한 기존 원생들의 부모들이 사정해서...
결국 다시 학원을 열었고... 지금은...꽤 많은 숫자의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암튼... 지금 피아노 학원을 다니면서 울 아들에게 위기가 왔더랬다...
(내 기억으로는 4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손가락도 아프고... 실력도 늘지 않고...
원장님 말씀을 듣지 않으면서 손가락 모양이 엉망이 되었고...
자기가 치고 싶은 것만 자기 방식대로... 맘대로 치면서 삔질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 다니기가 싫다고 하는 아이를 붙잡고...
약간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었다.

네가 죽어도 피아노 학원이 싫으면 가지마라...
아빠가 공부든 뭐든... 억지로 시키는 것 봤냐...
하지만 아빠가 보기에 넌 음악적 감성이 있다.
이 고비를 넘기면 분명 다른 차원이 열릴 거다.
그리고...
어떤 분야에서든 배우지 않고도 잘하는 타고난 천재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통 사람이 무엇인가를 배울 때에는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충분히 배운 후에 자기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무엇보다 자기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가르침을 주고 계신 선생님들은 존경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적어도 네가 학원을 다니는 그날까지는... 또...학원 뿐 아니라 학교 선생님의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없이 선생님을 무시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빠가 용서하지 않겠다.

하지만 네가 이 고비를 넘긴 후에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아빠는 언제든 허락하겠다.

그날... 아들은... 몇개월 동안만 원장님의 지도를 열심히 따라해보고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그랬다. 그리곤 실력이 확~ 올라갔다.

그래서... 목표를 세워주기로 했다... 아빠의 로망인 캐논변주곡을 연주하게 되면 피아노 학원은 언제든 그만다녀도 되며...아들이 희망하는 최신형 휴대폰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아들은... 결국 캐논변주곡을 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에서 연주 동영상이나 악보를 찾아서 친구들과 돌려보고 스스로 연습하고 즐기는 수준이 되었다...

피아노를 잘치고 못치고를 떠나... 이제는 진정으로 피아노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 휴대폰 대신... 컴퓨터를 사주는 것으로 약속을 변경해서... 결국 기쁜 마음으로 컴퓨터를 사줬다는...)

아... 아빠보다는 백배 쯤 나은 울 아들... ... ...

울 아들... 연주회를 마치고... 3월까지만 피아노를 다닌단다...
그리고는... 아빠의 꼬심(?)에 넘어가... 해금을 배워보겠다고 한다.
(서양 건반악기를 하나 배웠으니... 동양 현악기를 하나쯤 배워보면 구색이 맞겠다며... 작년 초... 아들이 캐논을 완벽하게 치고 난 다음부터 내가 작업을 했더랬다...)

이제는... 아들이 원하는대로 해 줄 참이다...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는 법을 알았으니... 음악에 있어서 그 어떤 강요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해금에 대한 것도... 솔직하게 아들에게 이야기 했었다.
네가 원하지 않으면 절대 피아노처럼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아노의 경험으로 무언가를 배우는 방법이나 한계를 넘는 법을 알았으니 이젠 너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다른...연주 장면도 있으나...
울 아들 외에 다른 아이들 초상권이 걸려있어서...
이번 연주회에서 아들이 단독으로 연주한...
마라시의 '꿈 때때로'란 곡만 동영상으로 올려본다.

참고로... 아들이 며칠동안 감기를 심하게 앓았고...
연주회 전날과...연주회날까지 가족여행을 다녀와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는...
그래서... 본인은... 이 동영상을 보면서 너무 못한 것 같아 쥐구멍에 숨고 싶다고 했지만...
난...너무 오져서... 두고 두고 돌려보고 있다는...